삼성전자 반도체가 적자일 때 오히려 공장을 늘리는 이유
적자인데 공장을 더 짓는다, 삼성의 역발상 전략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수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 삼성이 새 반도체 공장 건설에 수십조 원을 투자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적자 공장 늘리는 이유가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 돈을 잃고 있는데 왜 더 쓰는 걸까. 이 역설적인 전략 뒤에는 반도체 산업만의 독특한 구조가 있다.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수요가 폭발하면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급등한다. 반도체 회사들이 앞다퉈 공장을 짓는다. 몇 년 후 공장들이 완공되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다. 가격이 폭락하고 적자가 난다. 수요가 다시 늘 때까지 불황이 지속된다. 이 사이클이 반복된다.
중요한 건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 수조 원이 들고 3~5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지금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 완공될 때쯤은 시장 상황이 달라져 있다.
적자일 때 공장을 짓는 논리
불황기에 공장을 짓는 전략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호황기에는 건설 비용이 비싸다. 장비 업체, 건설사, 엔지니어 모두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단가가 올라간다. 반면 불황기에는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멈춘다. 장비 단가가 내려가고 협상력이 높아진다. 같은 공장을 호황기보다 20~30% 저렴하게 지을 수 있다.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도 계산에 들어간다. 지금 짓기 시작하면 3~5년 후에 완공된다. 그때는 현재 불황이 끝나고 다시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에 맞춰 호황기의 수요를 잡는 전략이다.
경쟁사를 따돌리는 치킨게임
불황기 투자에는 또 다른 의도가 있다. 경쟁사를 압박하는 것이다.
삼성이 적자임에도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면 자금력이 약한 경쟁사들은 버티기 어려워진다. 투자를 못 하면 기술 격차가 벌어진다. 기술 격차가 벌어지면 다음 호황기에 경쟁에서 밀린다.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점유율을 잃는다.
이걸 반도체 업계에서는 치킨게임이라고 부른다. 누가 먼저 투자를 포기하느냐의 싸움이다. 삼성은 이 게임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오래 버티는 전략을 써왔다.
고정비 구조 때문에 멈출 수가 없다
반도체 공장은 한번 가동을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 설비 유지비, 인건비, 감가상각비가 그대로 발생하면서 매출은 0이 된다. 생산을 줄이는 것보다 계속 생산하는 게 손실이 적은 경우가 많다.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져도 생산을 계속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멈추면 고정비 전액이 손실이고, 계속 생산하면 변동비만큼은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가 반도체 공급 과잉을 더 심화시키는 아이러니를 만든다.
기술 리더십을 잃으면 돌아오기 어렵다
반도체는 기술 집약 산업이다. 최첨단 공정을 유지하려면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투자를 멈추면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한번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는 데는 훨씬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이 불황기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지금 투자를 줄이면 당장 적자 폭은 줄어들지만, 다음 호황기에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
정리
삼성전자가 반도체 적자 상황에서도 공장을 늘리는 이유는 불황기의 저렴한 건설 비용 활용, 호황기 수요를 잡기 위한 타이밍 전략, 경쟁사를 압박하는 치킨게임, 기술 리더십 유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단기 손실보다 장기 경쟁력을 선택하는 전략이다. 반도체 적자 뉴스 다음에 투자 확대 뉴스가 나와도 이제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