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왜 적자를 내면서도 돈을 받았을까
쿠팡은 2010년 창업 이후 오랫동안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가 수조 원에 달하는 시기에도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수조 원을 쏟아부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돈을 잃는 회사에 왜 돈을 더 주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적자의 종류부터 구분해야 한다.
적자에도 종류가 있다
적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나쁜 적자는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원가가 판매가보다 높거나, 매출이 늘어도 비용이 그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다. 이런 적자는 규모가 커질수록 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투자성 적자는 다르다. 지금 당장은 돈을 쓰지만, 그 지출이 미래 수익을 위한 인프라를 쌓는 과정인 경우다. 쿠팡의 적자는 후자에 해당했다. 전국 물류센터 건설, 로켓배송 시스템 구축, 배송 인력 직고용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이 비용들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지만 경쟁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장벽을 만드는 투자였다.
플라이휠 전략이란 무엇인가
쿠팡이 따른 전략은 아마존이 먼저 실행한 플라이휠(Flywheel) 전략이다. 플라이휠은 한번 돌기 시작하면 관성으로 계속 도는 바퀴를 말한다.
구조는 이렇다. 빠른 배송과 낮은 가격이 고객을 끌어들인다. 고객이 늘면 판매자가 더 많이 입점한다. 판매자가 늘면 상품 종류가 다양해지고 가격 경쟁이 생겨 소비자에게 유리해진다. 이게 다시 고객을 늘린다. 이 선순환이 한번 작동하기 시작하면 후발주자가 끊기 매우 어렵다.
쿠팡은 이 플라이휠을 돌리기 위해 초기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로켓배송이라는 경험을 한번 한 소비자는 다음날 배송을 기다리는 다른 쇼핑몰로 돌아가기 어렵다.
투자자들이 본 것은 미래 독점 가능성이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쿠팡에 투자한 논리는 간단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1등이 되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승자독식 구조다. 1등과 2등의 차이가 매출 몇 퍼센트가 아니라 시장 전체를 가져가느냐 아니냐로 갈린다. 쿠팡이 한국 이커머스의 지배적 플랫폼이 되면, 그때부터는 적자 없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 투자자들은 현재의 적자가 아니라 미래의 독점적 지위에 베팅한 것이다.
실제로 쿠팡은 수익을 내고 있나
쿠팡은 2023년 처음으로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오랜 적자 끝에 투자자들의 베팅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로켓배송 인프라가 완성된 이후에는 추가 투자 없이도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
쿠팡의 수익화 방식도 다양해졌다. 로켓배송 구독 서비스인 쿠팡로켓, 광고 수익,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플랫폼 위에 새로운 수익원을 얹는 방식이다. 물류 인프라라는 핵심 자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형적인 플랫폼 기업 전략이다.
모든 적자 기업이 쿠팡처럼 되는 건 아니다
쿠팡의 성공 사례를 보고 적자 기업이라도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위험하다. 쿠팡이 성공한 데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거대한 시장이 있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충분히 컸다. 실행력이 있었다. 로켓배송이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실제로 구현해냈다. 타이밍이 맞았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쿠팡의 적자는 그냥 망한 회사의 기록으로 남았을 것이다.
정리
쿠팡이 적자를 내면서도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적자가 미래 독점적 지위를 위한 투자였기 때문이다. 플라이휠 전략으로 경쟁자가 따라오기 어려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플랫폼 지배력을 확보한 뒤 수익화하는 전략이었다. 적자라는 숫자만 보면 이해할 수 없지만, 그 뒤에 있는 전략을 보면 투자자들의 선택이 왜 합리적이었는지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