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가 빈 좌석을 그냥 날리는 것보다 싸게 파는 게 나은 이유
비행기 빈 자리, 왜 공짜에 가깝게 파는 걸까
항공권 가격은 같은 날 같은 노선인데도 사람마다 다르다. 석 달 전에 예약한 사람은 15만 원을 냈고, 출발 하루 전에 예약한 사람은 7만 원에 샀다. 어떤 사람은 포인트로 거의 무료로 탔다. 항공사 빈 좌석 싸게 파는 이유가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 비행기가 뜨고 나면 빈 좌석은 그냥 손해 아닐까. 항공사가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는지 알면 가격 전략의 논리가 보인다.
비행기 좌석의 원가는 출발 직전 0원이다
항공사 비용 구조를 이해하는 게 핵심이다. 비행기 한 대를 운항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료비, 승무원 인건비, 공항 이용료, 항공기 리스비 등이다. 이 비용들은 승객이 100명이든 50명이든 거의 동일하게 발생한다. 고정비 성격이 강하다.
좌석 하나를 추가로 채우는 데 드는 한계비용은 기내식 한 끼, 수하물 처리 비용 정도다. 수만 원 수준이다. 출발 1시간 전에 빈 좌석이 있다면 그 좌석의 추가 원가는 사실상 0에 가깝다. 비행기는 어차피 뜬다. 승객이 한 명 더 타도 연료가 크게 더 들지 않는다.
빈 좌석으로 날리는 게 손해인 이유
10만 원짜리 좌석이 비어서 날아간다면 항공사는 10만 원을 잃는 걸까. 정확하지 않다. 어차피 발생하는 고정비를 회수할 기회를 잃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석짜리 비행기의 총 운항 비용이 1,000만 원이라면 손익분기점은 좌석당 10만 원이다. 80석이 팔렸다면 800만 원을 회수했고 200만 원이 적자다. 남은 20석을 5만 원에라도 팔면 100만 원을 추가로 회수해 적자를 절반으로 줄인다. 5만 원이 원가 이하처럼 보여도 파는 게 낫다.
수익 관리 시스템의 작동 방식
항공사는 수익 관리(Revenue Management) 시스템을 운영한다. 실시간으로 예약 현황을 분석해 좌석별 가격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예약이 빠르게 차면 가격을 올린다. 수요가 높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예약이 느리게 차면 가격을 내린다. 출발이 가까워질수록 빈 좌석의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할인폭이 커진다. 이 시스템 덕분에 같은 날 같은 비행기 티켓이 사람마다 다른 가격이 된다.
가격 차별화 전략
항공사의 가격 전략은 단순한 할인이 아니라 정교한 가격 차별화다. 같은 서비스를 다른 가격에 파는 것이다.
일찍 예약하는 사람은 가격에 민감하다. 여행 계획을 미리 세우고 저렴한 항공권을 찾는다. 이들에게는 낮은 가격을 제시해 좌석을 미리 채운다.
출발 직전에 예약하는 사람은 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 출장, 갑작스러운 일정 등으로 가격보다 일정이 중요하다. 이들에게는 높은 가격을 받는다.
같은 좌석인데 지불 의향이 다른 두 그룹에게 다른 가격을 받는 구조다.
마일리지와 빈 좌석의 관계
항공사 마일리지로 좌석을 채우는 것도 같은 논리다. 마일리지 좌석은 현금 수익이 없지만 어차피 빌 좌석을 채워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수단이다.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같은 항공사를 계속 이용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빈 좌석의 한계비용이 낮기 때문에 마일리지 좌석을 제공하는 게 항공사 입장에서 손해가 아니다.
정리
항공사가 빈 좌석을 싸게 파는 이유는 어차피 발생하는 고정비를 조금이라도 회수하기 위해서다. 빈 좌석으로 날리는 것보다 한 푼이라도 받는 게 낫다. 출발 직전 항공권이 갑자기 저렴해지는 건 이 논리의 결과다. 항공권을 살 때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고민된다면, 예약률과 출발일까지 남은 시간을 함께 고려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