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골목마다 있어도 다 살아남는 이유

편의점이 옆에 또 생겼는데, 왜 둘 다 살아남을까

걸어서 1분 거리에 편의점이 두 개다. 심한 경우 같은 건물 1층과 2층에 다른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서기도 한다. 편의점 골목마다 있어도 살아남는 이유가 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손님을 나눠 가지면 둘 다 망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편의점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대부분은 살아남는다. 이 구조의 비밀을 들여다보자.

편의점은 마트와 다른 시장을 공략한다

편의점이 마트나 슈퍼마켓과 경쟁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편의점이 파는 건 상품이 아니라 편의(Convenience)다.

마트에서 라면 10개를 2,000원에 살 수 있다. 편의점에서 같은 라면 한 개가 1,500원이다. 가격만 보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는 사람은 지금 당장 한 개가 필요한 사람이다. 10개를 살 이유도 없고, 마트까지 걸어갈 시간도 없다. 이 사람에게 편의점의 가치는 가격이 아니라 접근성과 즉시성이다.

편의점은 24시간 운영하고, 걸어서 5분 안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로 설계된 업태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 마트와 직접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상권이 겹치지 않는다

같은 골목에 편의점이 두 개 있어도 실제로 상권이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 편의점 이용 패턴을 보면 대부분 도보 2~3분 이내에서 온다. 방향이 다르면 각자의 고객이 생긴다.

예를 들어 큰 도로 사거리에 편의점이 네 모퉁이에 각각 있는 경우가 있다. 각 편의점은 자기 쪽 방향에서 오는 유동인구를 주로 받는다. 길을 건너면서까지 다른 편의점을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리적으로 가까워도 실질적인 상권 겹침은 생각보다 작다.

편의점 본사는 오히려 이득이다

편의점이 늘어날수록 손해를 보는 건 가맹점주지 본사가 아니다. 본사 입장에서 가맹점이 늘어나면 식자재 납품 물량이 늘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다. 가맹점끼리 경쟁해서 매출이 줄어도 본사의 납품 수익은 유지된다.

이 구조 때문에 본사는 가맹점 포화 상태에서도 신규 점포 개설을 막을 유인이 없다. 오히려 더 많이 열수록 본사 수익이 늘어난다. 가맹점주들이 근접 출점 문제로 본사와 갈등을 빚는 이유가 여기 있다.

24시간 운영이 만드는 수요 분산

편의점이 24시간 문을 여는 구조도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낮에는 직장인, 저녁에는 퇴근길 고객, 새벽에는 야간 근무자와 술자리 후 귀가하는 사람들이 온다. 시간대별로 다른 고객층이 분산되어 들어오기 때문에 특정 시간대에 손님이 몰리지 않아도 하루 전체로 보면 매출이 쌓인다.

마트나 슈퍼는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다. 편의점은 마트가 문을 닫은 시간에도 열려 있어 다른 업태가 커버하지 못하는 수요를 흡수한다.

계속 늘어나는 편의점 서비스

편의점이 살아남는 또 다른 이유는 판매 상품과 서비스가 계속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편의점은 음료, 과자, 담배를 파는 곳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택배 접수와 수령, 공과금 납부, ATM, 복권 구매, 즉석 조리 식품, 도시락, 의약품 판매까지 가능하다. 편의점 하나로 해결되는 일이 늘어날수록 방문 이유가 다양해지고 방문 빈도도 높아진다. 상품을 사러 온 게 아니라 택배를 맡기러 온 사람이 음료 하나를 같이 사는 방식으로 매출이 발생한다.

정리

편의점이 골목마다 있어도 살아남는 이유는 가격이 아닌 편의를 파는 업태이기 때문이다. 상권이 완전히 겹치지 않고, 24시간 운영으로 마트가 커버하지 못하는 수요를 흡수하며, 서비스가 계속 확장되면서 방문 이유가 늘어난다. 편의점이 많아질수록 손해를 보는 건 가맹점주이고, 본사는 오히려 이득이다. 동네에 편의점이 또 생겼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그 편의점도 아마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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